[책]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 무라카미 하루키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 무라카미 하루키
무라카미 하루키의 신작이 나왔다길래 읽어봤다. 내가 중학생 때 하루키의 '1Q84'를 정말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있고, 대학생 때 '노르웨이의 숲'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있어서. 그렇다고 팬이라고 할 만큼 하루키를 잘 안다던지, 모든 책을 다 읽을 정도는 아니다.
주인공 '나'는 17살 시절, 16살의 소녀를 사랑하게 된다. 그는 나이가 들며 점점 더 깨닫게되지만 온 마음과 우주를 다해 그 소녀를 사랑한다. 소녀와 이야기를 나누며 한 가상 도시를 상상한다. 그 도시는 소녀가 말하고 내가 기록한다. 도시의 모습은 '나'로부터 기록되었다. 높은 벽으로 둘러쌓인 도시를. 그렇게 그 소녀와 데이트하며 사랑하다 어느 날 갑자기 소녀는 사라진다. 그 뒤로 소녀를 만날 수 없다. '나'는 그 소녀가 사무치게 그립다. 그 소녀를 한 순간도 기억에서 잊어본 적 없다.
'나'는 그 기억을 간직한 채 대학생이 되고 그저그런 대학생활을 졸업하고 성인이 되어 책을 좋아했기 때문에 출판 유통업계에서 일하게 된다. 남들과 같은 삶을 살아보려 노력하지만(결혼을 하고 가정을 꾸리는) 모두 실패하고 만다. 시도를 할수록 16살 그 소녀가 생각나 모든 일을 그르치고 만다.
'나'는 어느 날 깨어보니 땅 구덩이에 누워있다. 어떤 남자가 본인을 쳐다보며 일어나라고 한다. 온 몸이 쑤시지만 땅 구덩이에 계속 누워있을 수는 없기에 일어나 그 남자를 따라간다. 그 남자는 그림자를 버리고 벽으로 둘러쌓인 도시에 들어가겠냐고 묻는다. 도시의 꿈 읽는 이가 되려면 눈에 상처를 내고 들어가야 한다고 말해준다. '나'는 그림자를 버리고 눈에 상처를 내 도시에 들어간다. 17살 시절, 소녀와 함께 상상했던 높은 벽으로 둘러쌓인 도시를. 상상인 줄 알았으나 상상이 아니었음을 깨닫는다.
'나'는 도시에서 16살 소녀를 만난다. 그녀는 옷차림 외에 변한 게 없다. 다만 무뚝뚝하고 감정이 배제된 사람 같다. 소녀는 꿈 읽는 이인 '나'를 도와 도서관에서 일한다. '나'를 위해 약초차를 끓여주고 읽을 꿈들을 정리해 '나'에게 건넨다. 그렇게 매일 도서관으로 출근하며 그립던 그녀와 일한다.
'나'는 문지기를 만나다 '나'에게서 떨어진 그림자를 만나보겠냐는 제안을 받는다. '나'는 그렇게 버려진 그림자를 만난다. 그림자는 벽에 둘러쌓인 이 도시에서 나가야한다고 말한다. 이 도시를 나가 원래 살던 현실 세계로 돌아가야 한다고. 본체로부터 떨어진 그림자가 사라지면 영원히 이 벽에 둘러쌓인 도시에서 나갈 수 없다며, 본인이 살아있을 때 현실 세계로 돌아가야 한다고 한다. '나'는 좀더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나'는 그림자와 함께 이 도시를 빠져나가기로 한다. 그림자의 추측대로 도시에 있는 물웅덩이로 도망쳐 웅덩이를 통해 바깥 세계로 빠져나갈 궁리를 한다. 그림자를 데리고 물웅덩이로 왔지만 '나'는 이 도시에 남아있기로 한다. 하지만 그림자는 뜻대로 물웅덩이에 뛰어든다.
'나'는 현실 세계로 돌아왔다. 출판 유통업계에서 일하고 있는 '나'로 돌아왔다. 하지만 '나'는 겪었던 모든 일들이 꿈인지 꿈이 아닌지 고민한다. 꿈이라고 하기엔 너무 생생하다. '나'는 꿈을 꾸는데 꿈에서 본인은 어떤 도서관 사무실에 서있다. 사무실 책상 위에는 남색 베레모가 올려져있다. '나'는 꿈을 꾼 뒤 도서관에서 일해야겠다고 마음 먹는다. '나'는 10년 다닌 직장을 사직하고 어느 도서관에 일자리가 있는지 찾아보다 어느 산골 마을의 도서관 관장직을 추천받게 된다.
'나'는 산골 마을의 전임 도서관 관장 고야쓰 씨를 만나게 된다. 그 도서관 관장실은 '나'가 꿈에서 봤던 도서관 사무실과 일치한다. 남색 베레모도 그 자리에 똑같이 놓여있다. 고야쓰는 관장직에서 물러나 마을 도서관을 위한 새 관장을 찾고 있었고 '나'를 새 도서관 관장으로 낙점 시킨다. '나'는 산골 마을 도서관의 새로운 관장으로 부임하게 된다.
도서관에서 새 관장직 업무를 배우며 적응하던 '나'는 고야쓰 씨가 이미 죽은 사람이라는 것을 듣는다. 고야쓰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마을 도서관 사서인 소에다 씨로부터 듣는다. 고야쓰는 이미 죽은 사람이지만 '나'와 소에다씨에게는 그 형체가 보인다. 하지만 그는 분명히 죽은 자였다.
'나'는 마을 도서관에 매일 같이 출석하는 옐로 서브마린 그림이 그려진 요트파카를 입는 소년을 만난다. 옐로 서브마린 소년은 그에게 와 대뜸 생년월일을 묻는다. 소에다 씨에게 들은 그 소년은 누구와도 거의 말을 섞지 않으며 엄청난 양의 책을 매일 독파한다. (이해의 범위를 떠나) 소년은 생전의 고야쓰 씨가 각별히 애정했던 소년이다. '나'는 고야쓰 씨의 무덤을 찾았을 때 우연히 그 소년을 본 적 있다. (못 본척 했지만) 그 소년은 숨어서 '나'의 중얼거림을 들었을 것이다.
어느 날 옐로 서브마린 소년은 '나'에게 찾아와 벽에 둘러쌓인 도시의 지도를 건넨다. '나'는 실제와 거의 비슷한 지도의 모습을 보며 깜짝 놀란다. 그리고 소년은 '나'를 찾아와 그 도시에 가야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나'는 그 도시에 어떻게 다시 갈 수 있는지 모른다. '나'는 고야쓰의 혼령을 만나 조언을 구하지만 고야쓰 씨는 '나'가 해야할 행동은 없다고 말한다. 할 수 있는 행동이 없으므로.
옐로 서브마린 소년이 갑자기 사라진다. 집에서 자다가 행방불명 된다. 소년의 가족들은 모두 그를 애타게 찾지만 도저히 찾을 수가 없다. 가족들은 옐로 서브마린 소년과 말을 섞은 적 있는 '나'를 찾아와 이것저것 묻지만 '나'는 모든 걸 말할 수 없었고 그 소년의 행방을 추측만할 뿐 알지 못한다.
벽에 둘러쌓인 도시에서 '나'는 여전히 꿈 읽는 이의 역할을 수행하며 살고 있다. 여느 때처럼 도서관으로 가는 길에 옐로 서브마린 파카를 입은 소년을 만난다. 무채색의 이 도시에서 생생한 색깔을 가진 소년이 눈에 띈다. 하지만 그를 무시하고 일상대로 행동한다. 밤에 잠을 자는 도중 옐로 서브마린 소년이 찾아온다. 하지만 '나'는 몸을 꿈적할 수 없고 말을 할 수도 없다. 옐로 서브마린 소년은 '나'의 마음을 읽고 질문에 답한다. '나'는 옐로 서브마린 소년과 하나가 되어야 하며 소년은 꿈 읽는 이가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것이 그의 천성이라고. '나'는 잠결에 이를 허락하는 동시에 깊은 잠에 빠진다.
'나'는 꿈 읽는 이로서 도서관으로 향한다. 그날부터 좀처럼 읽히지 않던 꿈이 술술 읽힌다. 엄청난 속도로 꿈을 읽어내는 모습에 도서관 소녀는 기뻐한다. '나'는 옐로 서브마린 소년과 진짜 하나가 되었다고 직감한다.
'나'는 옐로 서브마린 소년과 깊고 어두운 방에서 만나 대화할 수 있다. 옐로 서브마린 소년은 '나'에게 곧 떠날 때가 되었다고 말한다. 현실 세계로 돌아가야 한다고. '나'는 어떻게 돌아가는지, 가서 어떤 존재로 살게되는지 모른다. 하지만 소년이 말한다. 당신의 그림자가 이미 당신의 대행을 훌륭히 수행하고 있다고. 현실 세계로 돌아가더라도 '나'의 그림자가 자연스럽게 모든 것들을 받아줄 것이라고. 그리고 '나'는 어두운 방 안에서 간절히 원하는 마음과 함께 촛불을 끈다.
책을 읽으면서 내내 든 생각은 무라카미 하루키는 어떻게 이런 표현력을 가지고 있을까? 뜬금없지만 정말 적절하고 재미있으며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만연한 경험의 표현이다. 그는 독자들이 읽기만 하면 나머지는 본인이 알아서 하는 친절한 작가 스타일이다. 어려운 표현을 전혀 쓰지도 않고 간단하게 읽기만 하면 된다.
현실과 비현실을 거의 동일하게 다룬다. 책을 읽고 이동진 평론가의 문학동네 유튜브를 봤는데 보통의 작가들은 현실의 보완점이나 갈등, 이상 등을 비현실의 세계로 풀어내는데 이 책의 현실과 비현실은 정말 모호하다. 사실 책 속의 '나'는 현실, 그러나 그 반대를 벽으로 둘러쌓인 도시라고 표현했으나 결말로 갈수록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가 없다. 즉, 산골 마을 관장으로 살고 있는 '나'는 실제로는 도망친 그림자라는 것을 결말에서 추측할 수 있다. 이와 상동하게 벽으로 둘러쌓인 도시에서 꿈 읽는 이로 살고 있는 '나'는 본체라고 추측도 가능하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현실과 비현실을 완전히 뒤집어놓음으로서 하루키는 독자들에게 현실의 존재 자체에 의문을 던지고 비현실을 정말 실현 가능한 세계로서 제시한다. 아마 하루키는 비현실의 세계를 실제로 존재한다고 믿고 있는지도...! 진심으로 그렇게 믿기 때문에 이런 글을 쓸 수 있을지도 모른다.
마지막으로 느낀 점은 술술 책장이 넘어가는 흥미진진한 이야기였고 하루키는 대단한 이야기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비현실을 생생하게 묘사하고 표현하는 하루키는 정말 그런 비현실의 세계를 다녀와본 것 같은 외계인일지도 생각도 든다.
🌟궁금한 것 & 새로 알게된 것
- 하루키가 책에서 언급한 오이타현, 시마네현, 후쿠시마현, 미야기현은 모두 실존하는 지역. (+아이즈와카마쓰역)
- 레오나르도 후지타 일본 출신의 세계적인 화가. 본명은 후지타 쓰구하루. 레오나르도 다 빈치를 존경해 이름을 개명했다고 한다.
- 도스토옙스키, 토머스 핀천, 토마스 만, 사카구치 안고, 모리 오가이, 다니자키 준이치로, 오이 겐자부로 작가들. 도시토옙스키 외엔 아무도 몰랐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읽어봐야지.
- 플로베르의 '감정교육' 작가 플로베르의 책 '감정교육'
- 월명일 기일 외에 매달 고인이 사망한 날짜를 기리는 것
-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감독 스탠리 큐브리의 영화. 기회되면 이것도 봐야지!
-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 소련의 작곡가 겸 피아니스트. 검색해서 이 사람 노래 들어봤는데 정말 유명한 클래식이던데! 제목은 모르지만 들으면 아는 클래식 🙄
- 비발디의 '비올라 다모레를 위한 협주곡' 이 노래는 들어봤는데 처음 들어보는 클래식이었다.
- 알렉산드르 보로딘 음악가이나 러시아에선 음악가보다 화학자로 더 널리 알려졌던 인물. 음악 검색해서 들어봤는데 음악은 처음 들어본다.
- 피아노리스 쿼텟의 연주, 워킹슈즈
- 빠빠라기 사모아의 어떤 촌장이 유럽 여행을 다녀와 고향 사람들에게 들려주는 여행 이야기. 수필은 아니고 독일인 저자가 쓴 순수한 소설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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